이달의 책 136 -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이달의 책 136 -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5.03.07 1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소설, 김선영 옮김, 주)현대문학 펴냄

책을 읽다보면 걸리는 책이 있다. 지난해 여러 가지 상황과 겹치다보니 이 책을 몇 개월 동안 들고 다녔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각각의 단편들이 난해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번역된 책들을 읽다보면 종종 빠지는 함정이다. 아마도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서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도 방법은 아주 작은 걸음으로 조금씩 나아가거나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제자리 걸음이라도 하면서 나아갈 의지를 꺾지 않으면 된다. 
                                          서영민 교육원 부원장 ymseo36@hanmail.net

기합으로 운명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앨리스는 가슴께 두 손을 모으고 정성껏 행운을 빌었습니다. 차장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무서워한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겠지요. p65
►► 어릴 적 동네를 들어가는 재를 넘으면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면 괜시리 기합을 넣은 적이 있다. 길 가엔 허술한 아기 무덤이 있었고 길 가 나무 장벽 너머로도 몇 개의 무덤이 있었다. 무서웠기 때문에 기합을 넣고 잰걸음으로 내달렸다. 

보랏빛 연기가 바람에 일렁거리며 밤의 어둠에 녹아 들어갔다. p87
►► 어둠속으로 태양이 사라지기 전에 물드는 석양이 붉은 빛은 보랏빛으로 변할 때가 있다. 더 자주 보여주는 색이 아니기에 보랏빛은 신비롭게 느껴진다. 해가 짧아진 요즘이 싫다. 어둠속으로 퇴근길을 재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도전자가 나타나기까지 또 수십 년은 걸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서글퍼졌다. 석양에 빛나는 강물 속으로 괴수가 사라질 즈음, 맞은편 마을에서는 따스한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p120
►► 지금 문명이 누리는 성취는 무수한 도전자들의 실패가 쌓이고 쌓여서 이룩한 결과물들이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도전하지 않는 삶은 거의 죽은 삶이다. 사지마비가 걸려도 눈썹을 움직이는 도전이 있으면 삶은 지속된다.  

철저한 파괴는 이 도시를 시상적인 모습으로 재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p137
►► 변화하려면 파괴해야 한다. 파괴가 단순한 파괴로 끝나지 않고 재창조로 이어진다면 파괴 자체를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파괴되는 순간의 아픔과 고통으로 재창조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가 많다.  

딱히 커다란 불행이나 불운을 겪은 건 아니지만 살아간다는 사실에 끝없이 절망했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p148
►► 전쟁을 겪은 세대들,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온 사람들, 아사 직전의 빈곤을 겪은 사람들 그런 고통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불행의 총량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벽돌 하나도 오래 들고 있으면 무거운 법이다. 인생의 절망은 지나고 보면 하찮은 것에서도 시작된다.  

분노는 강한 감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든다. 그러면 다시 불안이 치밀어 올라 차츰 공포로 바뀐다. p189
►►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다보면 내 경우 정신의 영향을 받아 몸이 아프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분노를 다스리고 용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상대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가게 안은 무대야. 매일 즉흥 드라마가 펼쳐지지. p264
►► 미용실 안은 무대이다. 매일 출연하는 주인공이 달라지고 매일 연극의 대사가 달라진다. 미용실 원장은 항상 출연하는 가게 드라마의 주인공이거나 조연이다. 평생을 미용연극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도 돈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 사람 자체가 어지간히 인색한 인간이겠지. p274
►► 돈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쓰기 위해서나 상속하기 위해서 기부하기 위해서 등등 일 텐데. 돈은 별로 없지만 내게도 남에게도 인색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돈을 벌 날도 돈을 쓸 날도 생각보다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 현명하고 옳다고 맹신하는 자칭 자유주의자에 흔한 타입이야. p399
►►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모든 문제를 시작해야 한다. 나란 사람을 매전 정의하고 분석하려고 하는데 나란 사람도 매번 변화하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를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싶다. 자꾸 내 멋대로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