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해줄게요
강주은 지음 미메시스 펴냄
내 삶에는 언제쯤 행복이 찾아올까? 질문하며 항상 행복을 기다렸는데, 행복은 늘 주위에 있었다. 변화는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 주변의 환경은 늘 그렇듯 똑같이 흘러가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면 그때부터 나를 둘러싼 세상도 변화한다.
유년시절과 청소년기 청년시절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한아이의 엄마가 된 강주은은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아내로서, 더나아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수많은 여정을 거쳐왔다. 이 책에서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낯선 타지에 와서 자신의 빛을 띄우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다.
안예은 기자 yeeun4262@naver.com
엄마의 직장 생활은 아빠의 권유로 시작되었어요. 부부가 각각 사회생활을 하면서 같이 활동적으로 가정을 꾸려 가야 이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하셨대요.
▶▶나의 일이 있고, 그 일이 곧 경력이 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어느 덧 서른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내가 맡은 일을 수행해나간다는 뿌듯함과 기쁨은 내 삶에 원동력을 준다.
▶▶요즘 엄마와의 대화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직장과 학원 외에는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전보다 개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엄마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왜 저렇게 엄마는 일을 못해 안달일까 싶었는데,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단순히 경제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엄마는 스스로 삶의 활력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건 아닐까. 그 덕분에 나와 동생은 부족함 없이 일상에서 많은 부분들을 누리며 살고 있다.
엄마가 떠올리는 내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다를 때가 있었어요. (중략) 그런데 고등학생 쯤 되니까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여태까지 왜 그렇게 복잡했고 힘들어했는지를 알 것 같았어요. 이렇게 행복한데 불평할 게 뭐가 있느냐고만 생각했는데 고등학생 쯤 되니까 엄마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더군요. 그리고 엄마가 여자로서 어떤 느낌을 가진채 살았는지 어렴풋이 알기 시작했어요.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본인 자신만의 아껴온 꿈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동안 나는 그냥 엄마가 나의 엄마이길 바랬는데, 돌이켜보면 2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어준 엄마에게 참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속해있는 세상에서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 우리 엄마라는 세계관에서 더 넓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소중한 딸로서, 속해있는 직장 영역에서, 지인들과의 관계 속의 엄마의 모습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저를 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셨어요. 그 점을 존경해요. 같이 이야기하고 의견을 물어보는 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제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적용되어서 그 가치가 생겼지요.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화와 소통은 세대를 넘어서 동등한 가치로 실현되는 소중한 창구가 아닐까?
우리의 노력은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그리고 우리가 이전에 겪은 상황들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는 의지이죠. 그 노력은 <우리의 조용한 여행>이에요. 제가 얼마나 나 자신과 싸우면서 훈련하고 노력했는지는 알 리가 없죠.
▶▶‘우리의 조용한 여행’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다른 이가 알아주길 바라기 보다 일단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누가 뭐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건낼 수 있는 만족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인정을 바라는건 내 욕심이고,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실망이라는 감정만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가 아닌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만족하는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은 좋고 편안하고 즐거운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불안정하고 불편한 순간에도 있다고 생각해요. (중략)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할 이유를 찾아내어 감사의 기도를 하겠다는 거였어요. 평범한 감사의 기도보다 훨씬 더 귀하게 인정해 주실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지금 감사해야 하는 것들을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라고 순간 순간 생각한다. 감사는 인생이라는 여정에 주어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의 감사는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
제가 의도적으로 만든 습관을 쭉 말해볼까요?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 안아 주는 것, 소통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것,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게 나중에 인생에서 더 좋은 재료가 될 거라고 믿는 것, 사람들을 만났을 때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장점을 찾는 것. 이런 것들이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게서 스며나올 수 있도록 염두에 둬요. 웃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 하느님께 예쁜 미소를 달라고 기도했던 기억이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는 날이다. 연달아 발생했던
폭염과 장마와 태풍으로 난폭했던 여름은 가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 왔다. 감사는 주어진 상황을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습관은 감사하는 것이다. 후덥지근 했던 여름을 잘 극복할 수 있어서 감사. 선선한 바람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 하루하루 감사 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감사다.
“Keep my mind open to learn.” 제 기도 중 하나는 사는 동안 늘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제 마음을 열어 달라는 거예요.
▶▶예전에 나는 근자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근자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이다. 어렸을 때는 자신감이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철부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할수 있다.’ 고 외치기 전에 그 일을 이뤄내기 위해 어떤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까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 또한, 많은 상황들을 통해서 많이 훈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감이 앞서면 때로는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부분이더라도, 나는 이미 알고 있어 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면 우리가 더 얻을 수 있는 부분들도 놓치게 된다. 또 하나, 사람에 대한 판단도 조심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다. 그 순간 내가 그 사람에게서 보는 부분을 그 사람의 전체라고 보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사물이든, 사람이든, 인생이든 모든 부분에서 늘 배우겠다는 마음을 구한다.
▶▶어떤 과정이 우리가 예상했던 순서로 오지 않더라도 그 순서에 집착하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시도하는 용기를 내는 거죠. 스스로 제한을 두지 말고 도전해 보자! 언제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상상도 못할 기회가 찾아와요.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구절을 뽑는다면 바로 이 구절을 뽑을 것 같다. 매사에 늘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것에 대한 호의와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 선택으로 다 완성됐다는 자신감은 아니고, “실패하더라도 괜찮아. 그래도 계속 가보자.”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도록 늘 생각하며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