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 엄정여 기자
  • 승인 2018.02.1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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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정답이 없다···‘효리네 민박’과 ‘윤식당’에 스며든 소비 트렌드
▲ 2017년을 뜨겁게 달군 ‘욜로(YOLO)’에 이어 작고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 소확행이 2018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 2017년을 뜨겁게 달군 ‘욜로(YOLO)’에 이어 작고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 '소확행'이 2018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작고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다는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올해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선정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소확행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다. 주택 구입, 취업, 결혼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가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행복감을 의미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으로 2017년을 뜨겁게 달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에 이어 2018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욜로가 해외여행, 쇼핑 등으로 소비력이 필요한 개념이었다면, 소확행은 돈 없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처럼 여겨진다.
 

▲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쓰인 말이다.
▲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쓰인 말이다.

원래 소확행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말한다.

서구에선 꽤 오래전부터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화려한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보다는 창가에 핀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라곰(lagom)’,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장작불 옆에서 핫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 등이 그것이다. 

장수국가로 유명한 일본은 장수비결로 ‘이키가이(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 삶의 보람)’를 꼽는데 성공이나 높은 소득보다 일상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의미가 숨어있다고 한다. 소확행과 상통하는 표현이다.

사소한 일상을 보물로 여기다
최근 미국 브루클린에선 ‘100m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이 인기다.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일반적인 산책과 달리 100m 공간에서 생겨나는 작은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1년 365일 구석구석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는, 말그대로 '현미경 산책'인 것이다.

가령 하룻밤 만에 잎을 두 개 창조해낸 클로버, 새둥지 위에 드러워진 흙더미, 바닥에 뒹구는 해바라기 씨앗 등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관찰하며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패션과 미식 열풍에 이어 ‘주거생활’로 옮겨가면서 집은 소확행을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무한 변신 중이다.

우선 집 안에서 노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멀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집(home)과 유희(ludens)를 합성한 ‘홈루덴스’란 단어도 생겼다.

여행 트렌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로 수시로 휴가를 떠나는 ‘위크엔드 겟어웨이(weekend getaway)’가 급부상하며 집근처 호텔에서 1박을 즐기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상품이 부쩍 늘었다. 긴 휴가를 자주 갈 수 없다면 짧은 휴가라도 자주 즐기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확행과 함께 떠오르는 라이프 가치가 ‘워라밸’이라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의 준말로,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른다. 타인과의 관계보단 개인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며, 회사생활에 모든 것을 쏟았던 기성세대와 달리 금전적 여유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져버릴 수 없는 청년의 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효리네 민박’과 ‘윤식당’에 스며든 소확행
 

▲ JTBC '효리네 민박2', tvN '윤식당2' 등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소확행 열풍에 힘을 보탰다.
▲ JTBC '효리네 민박2', tvN '윤식당2' 등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소확행 열풍에 힘을 보탰다.

JTBC ‘효리네 민박’이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촬영한 시즌1과 달리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끓여 차를 마시고, 민박객들에게 쥬스를 갈아주기 위해 귤을 따러 나가고, 스케치북을 펴고 그림을 그리거나 시집을 꺼내 읽는 식이다. 덴마크식 휘게(hygge) 라이프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한 대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과 맞닿아 있다.

특히 새로운 직원 윤아가 민박집 아침 준비용으로 들고 온 와플기계는 방송 직후 완판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품절사태를 일으킨 것.

이런 변화는 tvN ‘윤식당 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로 찾았던 인도네시아 길리트라왕안의 1호점과 달리 스페인 남부 가라치코 마을의 2호점은 어느덧 동네 주민이 주고객이 됐다. 연예인 종업원들의 음식 준비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손님인 외국인 일반인들의 토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윤식당'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큰 성취보다는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삶 그 자체를 충실히 살아내는 소확행 라이프스타일이다.

이처럼 일상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의 흥행은 연예인이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섞여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소확행이라는 소비 트렌드를 느끼면서 연예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 추구하는 심리 반영한 ‘소확행’ 트렌드 부각
소확행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관계를 맺는 등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8년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방법 30가지를 공유한다. 
 

▲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을 검색하면 2만 879건의 글이 검색된다. 커피 마시기, 책읽기 등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을 검색하면 2만 879건의 글이 검색된다.
커피 마시기, 책읽기 등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 김이 폴폴 나는 갓 구운 빵을 한입 크게 베어 무는 것
■ 집안 곳곳에 싱싱한 꽃 장식하기
■ 갓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 향기 맡기
■ 친구집에 모여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옛날 얘기하며 깔깔 거리기
■ 새로운 맛집 찾아 연인과 맛있는 식사하기 
■ 주말에 휴대전화 꺼놓고 실컷 늦잠 잔 다음 TV 보면서 빈둥거리기
■ 가족이나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 아무 날도 아니지만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사주기 
■ 점심식사 후 회사 동료들과 근처 공원 산책하기
■ 말랑말랑한 아기의 발을 만지면서 살냄새 맡기
■ 강력한파가 몰아친 날, 집에 도착해 미리 켜놓은 전기장판에 쏙 들어가 몸을 녹이면서 먹는 아이스크림 
■ 길을 가르쳐주거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등 작고 사소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위해 착한 일 하기
■ 한가한 주말 오후에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음미하는 것
■ 노곤한 평일 저녁 수제 맥주펍에 들러 간단히 혼술을 즐기는 시간
■ 추운 겨울 따뜻한 우동 한 그릇으로 마음을 달래는 일
■ 주말 동안 방에 틀어박혀 이불 덮어쓰고 귤 까먹으며 만화책 보는 것
■ 회사에서 돌아와 반려견과 볼을 부비부비하며 미뤄뒀던 정을 나누는 것
■ 도서관이나 서점 한쪽 구석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는 것
■ 햇볕이 좋은 날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즐기는 것
■ 포차에서 혼술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 10대 때 듣던 노래 틀어놓고 집안일 하기
■ 아이들 재우고 밀린 드라마 보며 캔맥주 마시기
■ 좋아하는 카페 익숙한 자리에서 카푸치노 마시기
■ 주말에 방 청소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들기
■ 따뜻한 이불 속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컬러링북 색칠하기
■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동영상 검색 사이트에서 콘서트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며 대리만족하기
■ 값비싼 미슐랭 식당을 찾아다니는 대신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작성하며 맛집 탐방 다니기
■ 미용실에서 아이들이 머리를 다듬는 동안 기다리면서 여유롭게 잡지 보기
■ 힘든 하루를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마무리하기
■ 사랑하는 사람과 시장 어귀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영화 감상하기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매일 있어!”
소확행 열풍은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불러일으킨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We cannot be happy every day, but happy things happen every day)!”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가 들려주는 말이다. 소확행은 미래를 위해 계속 꿈을 꾸되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또한 놓치지 말자는 의미다. 미래와 현재의 균형을 잘 맞추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현명하게 소확행을 누리는 방법이다.

"2018년엔 소확행하세요~"
'소확행'이라는 용어가 2018년 키워드로 뽑힌 이유는 살기 팍팍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상적인 일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신은 오늘 어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마주했는가?
행복에는 정답이 없다. 오늘부터 소소해서 당연시 했던 나의 행복을 찾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사진 = 구글이미지, 인스타그램, JTBC <효리네민박2> 캡처, tvN <윤식당2>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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