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35 - 각각의 계절  
이달의 책 135 - 각각의 계절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4.06.24 10: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계절의 변화는 늘 똑같은 듯 하지만 변화무쌍하게 흘러간다. 눈으로 맞닥뜨리는 계절의 변화는 생생하게 느껴지지만 내면에 흐르는 계절은 이율배반적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봄이 오고 여름이 머지않았지만 내게는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고 긴긴 겨울을 살아내는 인생도 있고 꽃피는 봄이 수년간 지속되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각의 계절이 존재한다.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고 높은 산은 골이 깊은 것처럼 어느 만큼의 파고를 타면서 계절 변화를 살아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저 추운 계절만 아니길 바래본다.                         서영민 홍보국장 

인간의 자기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p36
►► 나 자신도 자기합리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합리화의 기저에는 가혹한 현실일 잊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자기합리화로 숨 쉴 구멍을 찾지도 모르겠다.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져들면 합리 비합리의 잣대도 무의미해진다. 자신에게는 합리와 비합리의 판단이 흐려진다.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p40
►►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나아갈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이혼한 거 보면 내가 이기적인 게 맞긴 맞는가봐. 안 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죽기 전에 나를 조금이라도 회복해놓고 싶어서. p40
►► 결혼이라는 것이 타인이 만나서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어서 맺는 인연인데 죽을 것 같은 지옥이 되기도 하나보다. 결혼과 관련된 긍정적인 단어들을 살펴보면 가족 행복 자녀 동반자 등등인데 부정적 단어들인 이혼 별거 졸혼 사별 등등도 떠오른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인간관계이기도 하지만 허망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남남이 될 수 도 있는 관계이다.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왜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어? p77
►► 노랫말에도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때문에 웃고라는 말도 있다. 더 없이 희열에 찬 사랑도 있지만 가슴 아픈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떤 사랑은 웃음 짓게 하는 아름다운 사랑도 있었지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랑도 있다. 그럴 때 생각나는 단어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애초에 없던 목숨인데 이렇게 태어나서 살았으니 됐고, 살아서 좋은 때도 있었으니 됐지요. 하고 마리아는 말했다. 제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건 거기까지예요 사모님. 더는 하느님의 은혜를 바라지 않아요. p96
►► 존재 자체만으로 신에게 감사드린다면 존재의 비애를 느끼게 만들어 놓은 점은 잔인하다고 푸념하고 싶다. 기억이라는 것이 좋은 때는 빨리 희미해지고 아프고 슬픈 기억은 깊은 곳에 또아리를 틀고 자리하고 있는지. 어쩔 때 그놈을 건들어서 무너지면 이제는 힘이 든다. 늙어가고 있음인가?
 
몸이란 게 움직이자 달래면 움직여져요. p103
►► 몸이란 참 정직하다. 일주일 운동을 했을 때와 일주일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차이가 엄청나다. 똑같은 일주일이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몸과 기쁨으로 충만할 때 몸은 완전히 다른 몸이다. 기억 중에 제일 오래가는 기억은 몸의 기억이다. 나란 놈과 동고동락해주는 몸에게 애틋한 고마움을 느낀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가디건 앞섶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p114
►► 나만의 계절을 나려면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나아가지 못한다면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것이다. 온 세상에 봄이 왔을 때도 봄이 아니었다. 결국에 계절을 나아가는 힘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가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숙이가 전생의 원한을 못 풀고 마음을 굳게 닫아걸었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정을 주고 위해주면 언젠가는 마음을 열거다. 명채는 명으로 갚고 정채는 정으로 갚아야 한단다. p187
►► 전생이 있을까? 현생이 하도 암담한 까닭을 몰라서 전생에서 답안지를 구하는 것은 아닐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현실은 전생에 지은 죄가 많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사는 것 같다. 솔직히 미래의 생에 대해서 신에게 의탁하고 싶지 않다. 현생에 나를 직면하고 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듯 어제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내 손에 쥔 확실한 패는 오늘밖에 없고 그 하루를 땔감 삼아 시간을 활활 태워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p211
►► 의식적으로 어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늦은 밤 일기장위에 하루가 기록되는 순간 오늘 하루는 어제로 마감이 된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펼쳐지는 오늘이 있을 뿐이다. 늙어감은 하루 하루나 일 년 일 년은 체감하기 어려운데 5년 정도의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오늘의 자신이 늙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행복이 중요하다. 

자다 가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날 때가 있다.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 받아들일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그 처참한 비열함이라든가 차디찬 무심함을 어느 정도 가공하기 마련인데, 나 또한 그렇게 했다. p230
►► 삶이 아주 단순한데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그만인데 아침까지 푹 자지 못하고 깨어날 때가 많다. 골몰했던 문제들이 갑자기 깨우기도 하고 가위눌리는 꿈에서 황급히 깨어나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한다.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꿈에서 풀린다. 아! 그래서 이렇게 되었구나. 깨어났으니 오늘을 살아갈 삶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